‘귀머거리’ 폭언에 금품갈취까지? 청각 장애 청소노동의 눈물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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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머거리라 대화가 안 되니 그만두고 나가라.”

“우리는 장애인 대접 못해준다.”

“빨리 빨리 해라. 귀가 안 들리냐? 안 들리네. 안 들려.”

세브란스병원 청각 장애 청소노동자가 폭언, 금품 갈취 등 심각한 수준의 직장내괴롭힘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를 고발한 노조는 이 괴롭힘이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가 세브란스병원 근로감독을 하던 중에도 일어났지만 노동부가 적발조차 못했다고 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이하 서울지부)는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과 함께 1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브란스병원에서 청소노동자에 대한 심각한 직장내괴롭힘 사건이 드러났다”며 “이는 고용노동부가 세브란스병원의 직장내괴롭힘에 대한 근로감독을 마쳤다고 노조에 처리결과를 통지한 지 딱 이틀만에 밝혀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지부는 ”‘인류를 질병으로부터 구원한다’고 천명한 세브란스병원에서 청소노동자들이 괴롭힘으로 상처받고 병들어가는 일이 더 이상 계속돼서는 안 된다”며 ”우리는 세브란스병원과 노동부가 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똑똑히 보고 대응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세브란스병원 청소노동자는 용역업체 태가비엠에 소속된 간접고용 노동자다.

“세 달 넘게 괴롭힘 지속…폭언, 금품 갈취도 있었다”

서울지부가 발표한 자료를 통해 청각 장애 청소노동자 A씨가 당한 직장내괴롭힘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지난해 9월 출근을 시작한 A씨는 입사 첫날, 조원에 대한 관리 권한을 갖고 있는 청소노동자인 조장으로부터 ‘우리는 장애인 대접 못해준다. 해보고 우리랑 안 맞으면 일 못하는 것으로 알아라’는 말을 들었다. 조장이 ‘귀가 어느 정도 안 들리느냐’고 묻자 A씨가 “부분 난청이 있는데 통상의 소리는 들을 수 있다. 일할 땐 문제 없지만 되도록 크게 말씀해달라”고 답한 뒤 나온 말이었다.

이후로도 A씨는 조장과 다른 동료 4명으로부터 폭언을 들었다. ‘간호사들과 소통해야 하는데 너는 안 되니까, 말 안 하고 일할 수 있는데로 가라’, ‘귀머거리라 대화가 안 되니 병원 그만두고 나가라’와 같은 말을 하며 A씨의 청각 장애를 문제 삼고 퇴사를 종용하는 식이었다. ‘귀가 안 들리냐? 빨리 빨리 해’라고 명령조로 말하며 A씨 쪽으로 청소물품이 담긴 박스를 발로 걷어차는 동료도 있었다.

금품 갈취도 있었다. A씨의 첫 월급날 조장과 다른 동료들이 ’첫 월급으로 선배들을 대접해야 한다’며 신용카드를 빼앗더니 23만 원을 결제했다.

지난달 30일에는 조장과 다른 동료 4명이 A씨를 사무실에 불러 1시간 30분 동안 가둬놓고 모욕과 폭언, 인신공격을 하기도 했다. 주된 내용은 ‘누구한테 우리 흉 봤냐’며 A씨를 추궁하는 것이었다.

기자회견에서 A씨는 “저에게 누명을 씌우고 사소한 일로 흠을 잡는 일이 석 달 동안 계속됐다”며 “(회사) 사무실에 갔을 때도 그분들(사측 관리자)은 이런 일에 대해 옳고 그름을 분별해주지 않았다”며 답답해했다.

A씨는 일기에 입사 이후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기록했고 이에 대한 심정도 적었다.

“울부짖던 자존심 상하던, 완벽하게 일해도 꼬투리 잡히던, 피말리던 내 마음. 그 처절한 고통, 그래도 매일밤 출근해서 견뎌야했던 반복의 괴로움. 수습 3개월 정식이 될 때까지 목표와 종점이 있었지만 목표가 이뤄지니 강도가 더 쎄졌다. 이제는 혼자 견딜 수 없는 강도이다.”

▲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가 11일 국회 정론관에서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과 함께 세브란스 병원에서 일어난 청각 장애 청소노동자 직장내괴롭힘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프레시안(최용락)
노동부 근로감독 중 일어난 일…”이럴 거면 감독에 무슨 의미가 있나”

A씨가 직장내괴롭힘 피해를 주장한 기간, 세브란스병원에서는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이 진행되고 있었다. 지난해 11월 서울지부가 세브란스병원 내 부당노동행위와 다른 직장내괴롭힘 사건 등과 관련해 근로감독을 청원한 데 따른 것이었다. 해당 근로감독은 지난해 11월 30일 시작돼 12월 24일 끝났다.

앞서 세브란스병원에서는 원하청이 청소노동자 노조 파괴를 공모한 문건이 발견된 바 있다. 세브란스병원에 있는 두 개의 청소노조 중 민주노총 소속 노조를 겨냥해서였다. 이 사건에 대해서는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미화반장 C씨가 민주노총에 가입한 청소노동자에게 ”싸가지가 없다. 어디서 XX이냐” 등 폭언을 해 모욕죄로 벌금 50만 원을 선고받은 일도 있었다.

류한승 서울지부 조직부장은 “정말 문제는 괴롭힘이 다른 때도 아니고 노동부가 근로감독을 하고 있는 와중에 아무 거리낌 없이 벌어졌고 노동부는 이런 사실을 인지도 못한 채 근로감독을 끝냈다는 것”이라며 “이러면 도대체 고용노동부가 왜 필요하며 감독에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질타했다.

변순애 서울지부 세브란스병원분회장도 ”노동부는 근로감독 중이면서 신고 사건 해결도 못했고 벌어지고 있던 사건을 인지도 못했다”며 ”이런 식이면 근로감독을 10번을 해도 소용이 없다. 노동부는 직장내괴롭힘에 대해 엄정하게 감독하고 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가비엠 측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자체적으로 사건을 조사했다”며 ”여러 사람이 (A씨에게) ’근무 안 된다’고 말했다는 점은 확인해 ’여러 사람이 한 사람에게 그렇게 이야기하면 본인이 위압감을 느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시말서를 받았다”고 했다. 이어 “전체 직원에게 장애 인식에 대한 문자를 발송했다”고 덧붙였다.

태가비엠 측은 “장애비하 발언, 금품 갈취에 대해서는 양측의 증언이 상반되고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이 사실과 다르다며 강하게 반발해 아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향후 노조측이 법적 절차 등을 진행해 사실로 확인되면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